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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인생 책③

스티브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기사입력 2019-10-15 오후 5:42:00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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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추천하는 인생 책

스티브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어렸을 때는 죽으면 누구나 별이 되는 줄 알았다. 계몽사 동화전집에 푹 빠져서 주인공은 죄다 노랑머리에 드레스를 입은 공주였고, 사람이 죽으면 당연히 별이 되는 줄 알았다. 별을 볼 때마다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 둘……. 별을 새면서 죽은 사람이 저렇게 많나 싶었다.

 

 

 

하지만 초경을 시작하자마자 별빛 상상은 모조리 사라졌고, 별은 별 일뿐 의미 없는 밋밋한 세상이 되었다. 더구나 별을 과학의 눈으로 볼 생각은 꿈에도 안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생이다. 그러던 별이 과학이라는 느낌으로 다가 온 것은 고등학교 과학 시간이었다. 이마저도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이름만 들어서 알 뿐, 과학은 먼 동네 얘기였다.

 

1988년 우연히 KBS 저녁뉴스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시간의 역사>라는 과학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아니, 저런 장애인도 대단한 과학자가 될 수 있구나하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31년 전 같은 뉴스를 보고 나보다 더 깜짝 놀라는 한 과학도가 있었음을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이정모, 사월의 책 출판, 2019)이라는 책을 읽다 알게 됐다.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이었고(당시 박물관 정문 쪽에 거대한 공룡 미끄럼틀도 새로웠고, 과학관에 도슨트 제도를 운영해서 전시마다 설명 해주어 특이했다. 울 아들과 동네 꼬마들까지 데리고, 지하철과 버스를 번갈아 타는 고된 길임에도 여러 번 방문 했었다), 지금은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재직 중이며, 공룡박사로 더 많이 알려진 이정모 박사가 2007년부터 써온 서평을 모아 출판한 책이 바로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이다.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38, “내 생애에 가장 큰 업적은 살아 있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서평은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에 대한 서평이다. 하지만 1988KBS 저녁뉴스에 호킹 박사가 출간한 <시간의 역사>에 대한 얘기로 시작한다. 그의 유고집이 된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스티브 호킹, 까치 출판, 2019)에서는 <시간의 역사>를 현대과학의 고전이라고 했다.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이란 책은 20183월 그가 정말로 하늘의 별이 된 후, 거대한 질문 빅 퀘스천(big question)’에 대한 그의 견해를 인터뷰, 에세이, 강연록 등에서 발췌하여 과학자 동료들과 가족, 스티브 호킹 재단을 통해서 완성한 유고집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고전이 된 <시간의 역사>도 궁금하던 차에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에 혹시 서평이 있지 않을까싶어 찾아보았다. 덕분에 31년 전 기억도 한꺼번에 같이 떠올랐다. 그 당시 같은 뉴스를 보며 다른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니.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겨우 25세의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판명 돼 5년밖에 살 수 없다고 했지만, 75세까지 살면서 대중강연을 할 때마다 자신의 가장 큰 업적은 살아 있는 것이란 말로 겸손했다. 물론 노벨상 수상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그가 쌓은 업적은 대단하다. 요즘은 빅뱅이나 블랙홀 같은 용어를 초등학생도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이란 것을 성인이 되고서도 한참 후에 깨달았다. 자식을 키우며 나 같은 문송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천문대를 방문하기도 하고, 서울 명륜동에 있던 서울과학관을 주말마다 찾아가서 아이에게 체험활동을 시키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서울대공원의 동물원과 식물원을 자주 데리고 다니는 극성을 떨었다.

 

당시에 양자역학이 세상에 소개되고 거의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인슈타인만이 물리학의 전부 인줄 알았고, 다윈만이 생물학의 전부인 줄 아는, 딱 거기까지가 내가 아는 과학이었다.

 

그러나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이란 책은 호킹이야말로 상대성이론을 넘어 양자역학이론을 접목한 양자중력이론의 담대한 개척자임을 알게 해주었다. ‘호킹복사를 비롯해 물리학 이론들을 압축적으로 살펴보게 할 뿐 아니라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지혜의 세계를 알려주고 있었다. 호킹 박사는 인류에게 긍정적 메시지와 더불어 더 큰 숙제를 남기며, 어린왕자가 소행성 B126으로 돌아갔듯이 그의 별로 떠났다.

 

신은 존재하는가?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우리는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가?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 하는가?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등 열 가지의 질문에 대한 호킹의 대답은 마치 내 목에 가시를 쑤욱 뽑거나 혹은 반대로 꿀꺽 삼킬 때 드는 시원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내용도 좋았지만 친절하게도 각 질문이 있는 챕터마다 요점을 짧게 써놓았다. 서문과 서론이 따로 있었고, 책날개와는 별도로 필자소개가 따로 있고, 후기와 감사의 글까지 일반적으로 생략하기 쉬운 책의 기본을 다 갖추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번역 책은 국내 필자 책보다 가독성이 떨어진다. 그 이유는 원작자 탓인지 번역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색한 느낌에 익숙해질 때까지 호흡을 가다듬으며 몇 차례나 읽기를 시도해야 읽어지는 데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때문에 배지은 번역가의 프로필도 찾아보았다. 물리학으로 석사를 하고, 이후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과학에 문외한인 내게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은 빅뱅과 같은 충격과 자극을 준 과학 분야의 인생 책이다. 과학과 종교에 걸쳐 평소 궁금했던 모든 것의 대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떨어져 세상을 관조하고 싶을 때,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을 읽으며, 복잡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자. 찌질 한 일상에 조금은 담대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이정모, 사월의 책, 2019.

-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스티븐 호킹, 배지은 옮김, 2019.

 

 

/ 김은희: 화원중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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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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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쓰기

  • 송민선
    2019-11-05 오전 10:53:39
    서평을 보니 이책이 읽고 싶어지네요~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잠시 복잡한 지구를 떠날 수 있는거겠죠?
  • 아모르
    2019-10-17 오후 8:36:21
    과학은 처음 ㆍㆍ그책 사놓고는 안읽었는데 꺼내서 읽어야겠습니다 ㆍㆍ 책 사는것만 좋아하고. 참 ㆍㆍ
  • 행운아
    2019-10-17 오전 9:27:37
    이 책, 빅뱅의 이전 그리고 우주 팽창 너머의 상황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아주 도움이 되었답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가을하늘색
    2019-10-17 오전 7:55:04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서평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 노을
    2019-10-17 오전 7:11:03
    좋은 정보주신 김은희선생님 고맙습니다
  • 노을
    2019-10-17 오전 7:10:57
    좋은 정보주신 김은희선생님 고맙습니다
  • 박현신
    2019-10-16 오후 4:11:19
    이 아름다운 가울 이 책 들고 지리산 가고 싶군요
  • 조경희
    2019-10-16 오후 2:59:25
    좋은책추천감사합니다.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 박수진
    2019-10-16 오후 2:19:09
    과학책은 접근하기 힘든데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 하얀다람쥐
    2019-10-16 오후 2:16:21
    잘 읽었어여
  • 짱아맘
    2019-10-16 오후 2:12:13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 정선경
    2019-10-16 오후 1:30:11
    이렇게 좋은 코너가 지역 신문에 이썼군요. 읽어볼게요
  • 사막의 우물
    2019-10-16 오후 1:24:16
    복잡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자는 구절이 맘에 와닿네요~자잘한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호연지기를 기르고 싶을 때 읽고 싶어요~다른 분야의 책도 추천 부탁드려요~~^^
  • 사막의 우물
    2019-10-16 오후 1:24:03
    복잡한 지구를 떠나 광활한 우주를 생각하자는 구절이 맘에 와닿네요~자잘한 일상에서 벗어나 좀 더 호연지기를 기르고 싶을 때 읽고 싶어요~다른 분야의 책도 추천 부탁드려요~~^^
  • 이혜경
    2019-10-16 오후 12:05:47
    잘읽었습니다
  • 이혜경
    2019-10-16 오후 12:05:32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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