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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사서가 추천하는 인생 책④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이민으로‘파랑새’잡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9-10-25 오후 6:02: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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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사서가 추천하는 인생 책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이민으로파랑새잡을 수 있을까?

 

 

아침 온도가 제법 쌀쌀하다. 어느새 고개를 수그리고 옷깃을 여미 게 된다. 오랜만에 새벽 지하철을 탔다가 놀랐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아침 첫차를 타고 새벽에 어딜 이리 분주히 가는 걸까? 딱히 놀러가는 차림새도 아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해서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긴 하는 걸까? 돈은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게 맞나?

 

여행도 하고 동생 가족도 만나려고 멕시코에 간 한국 여성이 죄목이 뭔지도 모른 체 멕시코 검찰에 끌려가서 무려 3년이 넘게 그곳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얼마 전에 무죄로 풀려났다는 뉴스를 들었다. 방송을 듣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한 참을 멍하니 있었다. 멕시코 영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자국 국민 보호에 소홀할 수 있을까?

 

 

 

 

장강명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 (문학동네, 2015)에도 억울하게 호주 감옥소에 갇힐 뻔 한 20대 후반의 여성 이야기가 나온다. 위조수표 유통 죄로 말이다. 위조수표인 줄도 모르고 환전소에서 당한 일인데 호주 경찰은 도무지 이 여성, 계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질 않는다.

 

위조수표인 줄 아는 사람이 환전할 수표 이면에 주소와 연락처를 썼겠냐고 아무리 말해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심지어 동양인이라며 대놓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물론 영사관이나 대사관의 조력도 받지 못하고 정식 재판에 넘겨졌다. 멕시코에서 당한 여성은 스페인어를 몰라서 당했나 싶지만 호주에 5년여를 살아서 영어를 능통 했던 주인공이었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서 호주의 대형로펌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을 받아 겨우 무죄임을 증명했고 그러느라 큰돈을 써야 했다.

 

호주 영주권을 얻으면 시민권은 시험만 통과하면 될 줄 알았는데 시험 몇 주 전에 집에 놀러온 직장 동료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집주인, 계나가 주거법 위반으로 살던 집에서 보증금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 알거지가 되기도 했다. 외국에서 사는 일이 이렇듯 녹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나가 한국을 버리고 호주로 이민을 떠난 이유는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였다.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한국에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워야 돼” (p44)

 

계나 입장에서는 한국에 계속 살면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만하다.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 수도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이고 시간이 갈수록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여겼다. 계나의 부모는 한 집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조금씩 나아졌다고 자평했지만, 계나가 보기엔 뭐가 바뀌긴 했지만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고 서울이 옛날이랑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하는데, 어떤 동네 어떤 사람들은 옛날 그대로야. 나아지는 게 없어. 내가 그냥 여기 가만히 있는 다고 더 나아질 거라는 보장은 아무데도 없어.” (p103)

 

마침내 계나가 호주에서 영주권을 얻고, 죽을힘을 다해 시민권 시험까지 통과해서, 여러 번 회사를 옮긴 끝에 회계 사무직으로 일하게 됐다. 과연 그녀는 앞으로 호주시민으로서 행복하게 살게 될까?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 질 거야.”라고 굳게 결심하는 계나를 독자로서 정말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처럼 산다고 해도 그녀의 일상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진 아무도 모른다. 한국에서 익숙한 불행보다는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 20대 후반의 여성 계나에게 그 장소가 호주든 혹은 캐나다든 우리가 안전한 곳이라고 여기는 어느 나라에 있다 해도,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에 편입된 삶에서 개개인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종속적이기에 파랑새는 어디에도 없다.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가 먹고 사는 데 급급한 생존의 삶에서, 가치 있는 삶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사실 이민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계나 스스로 호주 이민을 통해 신분이 오를 것으로 기대 했고, 신분 상승이야말로 행복의 지름길이자고 생각하지만 그녀가 생각한대로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란 점에서는 한국에 있으나 이민을 가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국외자라는 게 참 서럽구나, 그런 생각을 했고, 나는 이곳에서는 평생 국외 자겠구나, 그런 체념도 했지. 그런데 난 한국에서도 국외자였어. (p170)

 

문제는 설령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이 된다고 해도 행복이 보장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더 나은 삶이라는 게 뭐냐를 고민해 봐야하는 가치관의 전환이 필요하다. 계냐의 동생 예나는 호주로 같이 이민 가자는 언니의 설득에도 한국에 미련을 못 버리고 조금만 더 한국에서 조금만 더 해보겠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아주 바보 같은 결정인걸까?

 

계나는 이런 동생에게 현실적으로 너무 비전 없는 삶이라고 질타한다. 계나는 자신의 남자친구 가족에게 가난한 집안이라고 그렇게 무시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손익을 따지는 산술적인 삶의 잣대로 동생 커플을 바라본다. 때문에 어디에 살든 파랑새가 잡히진 않을 것 같다.

 

현실이 점차 세습자본주의(토마 피케티의 <21세기의 자본>에서 명명한 용어)를 향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에서 공정을 기댈 수 없는 사회에서는 우연을 믿을 수밖에 없으니 인생역전을 빌며 매주 복권을 사는 사람만 는다.”고 지적한 문학평론가 허희의 지적이 뼈아프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 계나의 이민 분투기를 통해서 생각해 볼 것은 거대한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된 우리의 삶에서 개인의 행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장소를 바꾼다고 운명이 긍정적으로 바뀌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불공정한 사회로 가는 한국의 뼈아픈 시스템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는 절규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굳이 외국이 아니어도 독립하여 혼자 살긴 훨씬 쉬워졌다. 공부나 일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로 이미 가족 중에 몇 명은 따로 살고 있다. 가족의 속박에서 멀어진 만큼 가난한 부모세대는 어찌되든 구질구질하게 살지 않고 현재를 누리며 살 수 있다. 전세대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다.

 

다만 속박이 줄어든 만큼 외로운 삶을 감수해야 한다. 아니면 외로움을 덜기 위해서 가족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열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라도 곁에 두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들더라도 그 이상의 우정과 믿음으로 감싸 안을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 게 편하다 해도 무인도에 혼자 있다고 행복해지지 않듯이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우리가 행복해질 수 없기에 서로에게 의지하는 삶이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세습자본주의가 허용되도록 우리사회가 아무 조치도 안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불공정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 왜곡된 자본주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버릴 게 아니라 보통사람도 살만한 한국을 만들어 한다. 따라서 한국의 국민으로서 이번 기회에 선거법도 바꾸고, 검찰 개혁도 이뤄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든다.

 

조금만 더 한국에서 조금만 더 해보려고요라고 말하는 예나 같은 청춘 남녀를 위해서, 우리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서 말이다.

 

 

: 김은희(화원중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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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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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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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요
    2019-10-30 오전 7:14:54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 짱아맘
    2019-10-28 오전 11:43:33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우리나라이길 소원합니다~ ' 대한민국 홧팅~! '
  • gmltjs
    2019-10-26 오후 3:41:05
    좋은 책, 고마워요
  • 사막우물
    2019-10-26 오후 3:25:53
    보통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공정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19-10-26 오전 11:33:40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행운아
    2019-10-26 오전 11:27:30
    항상 좋은 책 추천에 감사드립니다.
  • 가을하늘색
    2019-10-26 오전 10:08:08
    공감 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애기야
    2019-10-26 오전 9:38:07
    다시 재고 해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
  • 애기야
    2019-10-26 오전 9:37:48
    다시 재고 해야겠어요 좋은 글 고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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