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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생과 희망의 노래”

도연명, 푸시킨, 문병란

기사입력 2020-03-11 오전 9:25:3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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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생과 희망의 노래”
도연명, 푸시킨, 문병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들은 모두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영리한 것처럼 착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히말리아의 눈사태, 세월호 침몰 등 거대한 자연현상과 재앙을 닥치면 나약한 미물(微物)에 불과하다.

 

 

 

 

2020년 봄은 코로나19” 로 인하여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인생은 무엇인가?, 희망은 무엇인가? 등 인문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구.경북은 물론이고 나라 전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도연명의 한시(漢詩),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문병란의 희망가등을 소개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기를...

 

 

1. 도연명(陶淵明.365~427)의 잡시(雜詩) 1

人生無根蔕 (인생무근채) 인생은 뿌리도 없고 꼭지도 없어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 떠도는 것은 길 위의 먼지와 같다네

分散逐風轉 (분산축풍전) 흩어져 바람따라 굴러 다니니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 이 몸은 항상 정해진 몸 아니라네

落地爲兄弟(낙지위형제) 땅에 떨어져 태어나면 형제가 되는데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 하필 골육의 친척만 따질 것 있는가

得歡當作樂 (득환당작낙) 기쁜 일을 만나면 마땅히 즐겨야지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 한 말 술을 이웃과 함께 마신다네

盛年不重來 (성년부중래) 젊은 시절은 거듭 오지 않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있지 않네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해야지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네

 

이 시는 도연명(365~427)의 잡시(雜詩=옛시 중에서 제목이 전해지지 않는 시) 12수중 제1수로 인생(人生)의 의미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인생은 덧없는 것이지만 이 땅의 모든 사물은 형제이니 서로 사랑하고 즐거운 일은 이웃과 나누며 자기가 처해진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 4구는 명심보감 권학편에도 실려 있어 청소년들에 대한 격언으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2. 푸시킨(1799-1837)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이 시는 러시아의 문호(文豪) 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의 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인생의 본질과 인간의 의식 깊숙이 자리잡은 근원적 고독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불우한 삶을 살았던 푸시킨은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긍정을 자신의 문학적 테마로 삼았다. 그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삶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그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그러면 즐겁고 기쁜 날이 온다고 했다. 우리는 2020년 초봄에 코로나19” 로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 모두 지나가게 되어있다. 참고 견디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여기면 된다. 특히 질서, 신뢰, 양심 등 사회적자본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가 되면 좋을 듯 싶다.

 

3.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은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1935-2015) 시인은 전남 화순출신이며 조선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개인적인 서정이나 실존적 고독과 방황을 형상화한 시들과 역사와 현실에 입각한 작품이 많다. 1970년대 이후 비판의식을 주조로 한 민족문학 창작 활동을 했다. 이 시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는 말을 젊은이들이 특히 명심할 일이다. 퇴계 이황은 자명(自銘)”에서 근심 가운데 낙이 있고 즐거움 가운데 근심 있네(憂中有樂 樂中有憂=우중유락 낙중유우)” 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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